신치용, 한국배구의 명장이 되다.
잉글랜드 축구에 퍼거슨이, 미국 NBA 에 필 잭슨이 있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감독은 단연 신치용일 것이다.
‘제갈공명’ 이라는 별명을 가진 신치용은 1995년에 삼성화재의 창단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시 그의 나이 마흔을 갓 넘었을 때였다.
슈퍼리그가 열렸던 1997년부터 삼성화재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슈퍼리그 9연속 우승 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9회 연속 우승은 필 잭슨의 시카고 불스와 LA 레이커스 때의 3연속 우승보다 세 배나 많은 수치이다. 물론 NBA 의 구단 수와 종목, 리그의 성격이 한국 배구와는 많이 다르지만 9회 연속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것은 결코 아무나 알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한국에도 적용되는 일종의 역 차별인 ‘경쟁적 균형’ 제도 하에서 9회 연속으로 리그 우승을 했다.
일각에서는 신치용이 안젤코 추크, 가빈 슈미트와 같은 용병 선수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여 우승했다며 공격하기도 했다. 심지어 용병 선수에게 거의 모든 공격 포인트를 의존하는 그의 경기 스타일을 ‘몰빵 배구’ 라고 부르며 그가 이룬 업적을 의도적으로 폄하하기도 했다. 스포츠계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하지만 ‘사회적 태만 현상’을 이해한다면 몰빵배구가 얼마나 효과적이며 효율적인지 이해할 수 있다.
예를들면 유치원생 다섯 명을 한 팀으로 해서 퍼즐을 맞추라고 하면 이들은 역할을 나누지 않고 퍼즐을 맞추기 시작한다. 유치원생들은 큰 부담없이 그리고 남 눈치를 보지 않고 퍼즐을 많이 해서 자신 있는 아이가 앞장서서 퍼즐을 맞춰가는 것이다.
퍼즐에 경험이 없거나 능숙하지 못한 아이는 어느덧 뒷전에서 잘하는 아이를 지켜볼 뿐이다.
또 다른 팀은 미국 명문대 경영대학원생 다섯명을 한팀으로 해서 퍼즐을 맞추게 한다. 그들은 사회 경험도 많을 뿐만아니라 퍼즐 맞추기를 시작하기 전에 회의를 거쳐 리더를 선발하고 각자의 역할을 배분한다.
대학원생들은 퍼즐에 자신이 없더라도 팀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을 때 받을 수 있는 ‘무임승차’라는 오명을 듣지 않기 위해 열심히 참여한다.
경영대학원생 다섯 명이 모인 팀은 팀원 모두가 퍼즐 맞추기에 열심히 참여했다.
과연 두 팀중 어떤 팀이 퍼즐을 더 빨리 맞추었을까 ?
유치원생 다섯명이 유명 명문대 대학원생 팀보다 더 빠른 시간 내에 퍼즐을 맞추었다.
우리는종종 팀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잘못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다섯 명이 팀을 이루어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면 내가 맡은 역할은 20퍼센트라고 생각 하는 것이다.
행여 팀원들 중 한 명이 프로젝트에 대한 기여도가 20퍼센트보다 낮다고 느끼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무임승차자’ 라고 부르며 어떻게든 불이익을 받도록 한다.
실제로 강의 중 학생들에게 팀 프로젝트 과제를 부여했을 때 팀원들 사이의 불화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세한 사정을 들어보면 불화의 원인은 대부분 엔분의 일로 나눈 역할을 누군가 충실히 하지 않았을 때 발생했다.
팀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업무를 엔 분의 일로 나누어 각자의 역할을 하면 업무 생산성은 최대가 될 수 있을까 ?
신치용을 명장 반열에 올린 그가 활용한 최고 스포츠 전략은 바로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를 발굴하고 그에게 주어진 역할을 가장 잘할 수 있도록 선수 조합을 구성하는 것이다
삼성화재의 우승 주역 이었던 안젤코나 가빈 선수와 같은 용병 선수들은 득점포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선수였고, 신치용은 이들이 최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휘를 잘한 것이 적중한 것이다. 한국 스포츠계에 배구를 포함한 전 구기 종목에서 이런 업적을 만들 수 있는 감독이 나올지 눈여겨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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